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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moz, 동박사 - Drive-Thru

  • 2일 전
  • 3분 분량

음원 듣기 : https://lnk.to/QM0953

우리가 운전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일단 세상에는 '규칙'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규칙에 따르면, 자동차는 건물이나 사람을 통과해서 지나갈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이를 통해 일어날 각종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같은 것을 만들었다. 자동차는 도로를 따라 달려야 하고, 앞, 뒤, 옆에서 달리는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멈추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멈추거나 빨리 가고 싶다고 해서 지정된 속도를 어길 수 없다는 관점에서 자동차는 언제나 한 방향으로 '밀려'난다.

최근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은 시간이 '흐른다'고 느낀다. 그럼 우리는 세상을 이렇게 비틀어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넓게 퍼진 막의 어느 한 선을 따라서 '밀려나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치 도로 위의 자동차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박사와 코스모즈(Kosmoz)의 [Drive-Thru]는 시간에 밀려나 운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동박사가 보여준 디스코그래피는 랩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장르를 덧붙이는 방향으로 주조되었다. 그러나 [Drive-Thru]는 동박사의 랩이나 힙합이라는 특정 장르를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는 운전이라는 키워드를 잘 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제작된 느낌이다. 프로듀서 코스모즈가 UK개러지, 퓨처베이스 등 전자음악에서 자주 활용된 다양한 장르를 기반으로 빚어낸 비트, 비트를 거스르기보다는 잘 올라타는 데에 집중한 퍼포먼스 방식은 마치 코스모즈라는 차를 타고 운전하는 동박사와 피처링진을 연상케 한다.

덤으로 운전할 때 틀어놓으면 거슬리지 않고 배경음으로 사라지는 편안한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앨범에 사용된 운전이라는 테마를 실제 삶과 연결하려는 두 사람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1번 트랙 "Siren"은 삶을 운전하기 직전의 상태에서 오는 복합적인 감정을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엮었다. 차에 시동을 거는 듯한 인트로, 시간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트랩 그루브까지. 수백 킬로그램짜리 쇳덩이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약간의 실수로도 나와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약간의 긴장감, 다가올 빠른 속도감에 의한 설렘 등이 한 트랙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번 트랙인 "Head Down"은 UKG 특유의 복잡한 그루브를 타고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는 동박사의 랩이 그려진다. 마치 긴장과 설렘으로 범벅된 삶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을 믿고 인생길을 달려 나가는 듯하다. 'Head down'은 영어로 온 정신을 다해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레이싱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운전 가운데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운전자 본인뿐이다.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고, 깜빡이도 없이 차선에 끼어드는 차량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

이후 "Take My Soul"에서는 뻥 뚫린 풍경을 마주한다. 10년대에 퓨처베이스라는 이름이 붙어 자주 들렸던 소리와 함께 사용된 여유로운 리듬이 긴장된 무드를 한껏 풀어주는데, 가사와 맞물려 복잡한 도로를 빠져나온 순간에 긴장이 풀리며 상념이 밀려오는 장면을 구현한다.

이어서 들려오는 "또 (feat. LONE (론))"에서는 앨범 전반부에서 묘사된 도로의 복잡함이 머릿속으로 이식된다. 가라앉은 분위기로 돌입하는 비트, 호소력 짙은 R&B 보컬 LONE (론)의 피쳐링과 읇조리는 동박사의 랩이 삶의 응어리를 노래한다.

 

"정차 (feat. 초영)"에서는 1번 트랙에서 들려온 소리를 감성적으로 재조립한 사운드로 시작한다. "드디어 쉰다"로 시작되는 가사와 '주차'가 아닌 '정차'라고 표현된 제목은 결국 또 한 번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들려온다. 동박사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삶에 피로를 느끼면서도 여기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늘어놓고 뭘 할지 고민한다.

 

마지막 트랙으로는 선공개 싱글인 "Fake Driver"의 리믹스 버전이 삽입되었는데, "Fake Driver"에서 '순응'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다. 실제 차량 운전이 아니라 비트에 올라탄 래퍼라는 관점에서 'fake driver'이고, 운전의 과정으로 읽을 수 있는 트랙별 메시지를 고려했을 때도 이들을 모두 훌훌 털어버리니 'fake driver'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킬로그램짜리 쇳덩이인 자동차의 무게는 사고가 났을 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비로소 삶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니까. 그러니 어떤 관점에서 [Drive-Thru]는 인생의 무게를 감각하지 않고 사는 방법에 대한 앨범 같기도 하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면 동박사의 [Drive-Thru]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 에디터, West Castle

 

 

[ Credit ]

 

01. Siren

 

Lyrics by 동박사

Composed by Kosmoz

Arranged by Kosmoz

Keyboards by Kosmoz

 

02. Head Down

 

Lyrics by 동박사

Composed by Kosmoz

Arranged by Kosmoz

Keyboards by Kosmoz

03. Take My Soul

 

Lyrics by 동박사

Composed by Kosmoz

Arranged by Kosmoz

Keyboards by Kosmoz

04. 또 (feat. LONE (론))

 

Lyrics by 동박사 & LONE (론)

Composed by Kosmoz & LONE (론)

Arranged by Kosmoz

Keyboards by Kosmoz

05. 정차 (feat. 초영)

 

Lyrics by 동박사 & 초영

Composed by Kosmoz & 초영

Arranged by Kosmoz

Keyboards by Kosmoz

 

06. Fake Driver (Remix)

 

Composed by Kosmoz

Arranged by Kosmoz

Keyboards by Kosmoz

Trumpet by Q The Trumpet

Chorus by Kosmoz, 동박사 & 늘보

 

Recorded by Kosmoz

Mixed by Kosmoz

Mastered by Kosmoz

 

Cover by 김윤우 (@yoon.wo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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